Saturday, September 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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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과 책 읽기

전자책과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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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던 동안의 책 읽기는 사건 빌리건 온전히 종이책을 통해서였다. 그때 전자책이라는 것은 완전 초창기라 난 존재하는 지도 거의 몰랐으리라. DRM (Digital Rights Management, 이하 DRM)이 걸린 줄도 몰랐던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형식의 리쌍과 드렁큰 타이거의 음원들만이 갓 칼라 화면으로 전환된 모토로라 피처 폰에서 싸구려 이어폰을 통해 흐르고 있을 시절이었다. 랩탑도 들어있지 않은 가방과 혼자 사는 집 한구석을 차지 하기에 종이책은 크게 거추장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한국을 떠나기로 결정된 순간, 많지는 않았지만 소중히 아끼던 책들은 다른 사람들 손에 넘기거나 버려져야만 했다. 꼭 가져갈 전공책들 만으로도 부담이라 당시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무리해서라도 다 보낼 것을 하고 후회한다. 이렇게 오래 여기 있을 줄 알았다면 말이다.

어느덧 내 손에는 아이폰이 들려있고 책상 위엔 맥북프로와 리눅스가 깔린 미니피씨에 조그만 모니터 그리고 기계식 키보드와 트랙패드 등이 널브러져 있다. 가끔 들른 한국에서 한두 권씩 사온 종이책들도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현재는 거의 아이폰 화면을 통해서 책을 읽고 있다. 몇 해전까지 만해도 맥북프로에서도 가끔 읽기는 했지만 그때도 책 읽기는 거의 조그만 화면의 아이폰4를 사용했었다. 지금은 아이튠즈로 동기화 시킨 mp3와 m4a 음원들이 아이폰6s에 연결 된 블루투스 헤드폰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고 조금은 커진 화면을 보며 무언가를 읽고 있다. 그건 트위터에서 지저귀는 날 것의 140자이거나 피들리(Feedly)를 통해 구독하는 누군가의 블로그나 언론사의 조금은 긴 글일 수도 있으며 DRM의 각종 제한이 걸려있지만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전자책일 때도 있다.

음원에서는 거의 사라진 아니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좋을 DRM이 DVD와 전자책에는 아직 버젓이 존재하며 조만간 없어질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스트리밍과 CD 그리고 불법(?) 사이트가 판치던 당시 격동의 음원 시장에서 변화의 요구와 거기에 부흥하는 애플 같은 기업이 나서서 mp3의 DRM을 없애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떨지 쉽게 예상하긴 어렵다. 다만 분명해 보이는 건 DVD와 전자책에서는 아직까지 격동이라 부를 시대적 변화와 요구는 커녕 보통은 거기에도 DRM이 걸려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합법(?)적으로 구매하는 모든 제품에 걸려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지난날의 기억과 존재 자체가 내 철학과는 대치 되는 DRM에 한쪽 무릎을 꿇기로 했다.

우선 저작권이 만료되었거나 없는 책 혹은 어둠의 경로로 얻은 txt에서 현재 전자책 표준으로 자리 잡은 epub으로 변환이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며 그래도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못 읽을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다. 더욱 큰 문제는 읽고 싶은 많은 책들의 경우, 이를테면 교양 과학 서적이나 인문학 서적 같은, 위험성은 둘째 치고 이런 식으로는 구하기가 극도로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하다. 있지 않은 txt를 어찌 구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대부분은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흔히 얘기하는 고전들이다. 내가 좋아하기는 하지만 고전만 읽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한국의 전자책 환경도 바뀌어서 이제는 꽤 최신의 작품도 전자책으로 출판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말이다. 아이북스(iBooks) 서점에서도 한국어 책들이 꽤 있으며 리디북스(Ridibooks)나 예스24 eBook(Yes24 eBook)에서는 그보다 더 많다. 리디북스(Ridibooks)가 책 읽기 경험이 가장 나은 것 같다. 교보문고 쪽은 별로 쓰고 싶지 않다. 이 셋이 내가 주로 쓰는 전자책 서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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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리디북스(Ridibooks) in 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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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예스24 eBook(Yes24 eBook) in iOS

당연히 이 모두 DRM이 적용되어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에 따른 불편은 우선은 세 곳의 전용 뷰어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과 이들의 책 읽기 환경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친구에게 주거나 도서관에 기증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금의 내 입장에서 얻는 것들이 더 많다고 결론 내렸다. 이제는 거의 항상 가방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무거운 옛 맥북프로와 남은 자리를 메꾸는 갖가지 논문들과 A4 종이 뭉치가 더 이상 종이책을 들고 다니게 허락하지 않는다. 차도 없는 비천한 몸뚱이의 뚜벅이에게는 지금 가방도 무겁다. 게다가 이 세 곳을 통하면 나름 보고 싶었던 책들을 만족할 만하게 읽을 수 있다. 아이폰6s 화면은 책 읽기에 그렇게 작지는 않다. 또한 내가 변환할 때 썼던 시간들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아주 큰 장점이다. 물론 돈이 든다. 종이책 살 때와 비교해서 그만큼 이거나 좀 더 쓰는 것 같다. 그래도 그 돈으로 가방의 무게도 줄이고 읽고 싶은 책을 아이폰에 넣고 무엇보다 시간을 살 수 있다면 그로 족하다. 이것이 한쪽 무릎을 꿇기로 결정한 이유라고 변명해 본다.

굳이 이 세 곳을 이용하게 된 까닭이 있다. 모두 맥에서 결재가 가능하다. 아이북스(iBooks)에서는 근처 슈퍼에서 구매한 아이튠즈 기프트 카드(iTunes Gift Card)로 충전해서 쓰고 리디북스(Ridibooks)와 예스24 eBook(Yes24 eBook)에서는 무통장 입금이 가능하다. 맥에서 아직까지 유일하게 제대로 쓸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신한은행을 이용하면 국외에서도 무통장 입금 선택 시 생성되는 계좌로 바로 이체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정리하자면, 리디북스(Ridibooks) 경우는 낱권 구매 시 무통장 입금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리디캐시 충전을 이용하면 무통장 입금이 가능하고 이 캐시를 통해서 구매하면 된다. 윈도우즈가 설치된 기계는 하나도 없지만 하자고 하면 가상 머신을 통해 할 수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이미 쓰레기가 된 한국의 온라인 결제 환경에 이미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진작 폐기 처분 됐어야 할 액티브엑스라는 거대 똥에 카카오페이니 삼성페이니 그게 뭐던 간에 덕지덕지 신문지로 감싸고 박스에 넣은 후 리본으로 장식하고 있을 뿐이다. 긴 이야기는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니니 줄이겠다.

이에 더해 한 가지 더 기대하지 않았던 장점이 있었다. 리디북스(Ridibooks)에서 구매한 "박경리의 토지" 리뷰란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문구가 후두부를 강타했다.

"차에서 운전하면서 들으니 너무 좋아요"

그렇다. 리디북스(Ridibooks)와 예스24 eBook(Yes24 eBook)의 아이폰 앱에서는 듣기가 가능하다. 전자책 구매 시 정보란을 자세히 보면 "듣기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몰랐던 것이다. 성우 윤소라씨가 읽어주는 것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기계 목소리로 읽어 주는 것이 영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았으면 하지만 생각보다 들어줄 만 하다. 산책할 때 읽었던 책을 다시 들으면 다시 되짚어 보게 되는 문구들이 새롭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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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2016-09-03 Sat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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